05
21

크레마 그랑데

바야흐로 2020년 6월... 인터넷 서핑하다 우연히 알게 된 이북 리더기라는 세계.

그냥 새 전자기기를 체험해보고 싶었던 나는 중0나라를 뒤적이다 괜찮은 가격의 크레마 그랑데(Crema Grande)를 구입하게 되었다.

며칠만 써보고 팔아버려야지 생각하며 가볍게 결정한 구매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용감, 이북 리더기의 Gam-Seong 그리고 부쩍 늘어난 독서량에 홀딱 반하게 되어... 이 기기와 천년을 함께할 마음으로 애지중지 사용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2022년 5월 초.

유튜브 광고로 보게 된 리디페이퍼 4 후기가 궁금해서 이북 리더기 카페에 들어갔다가, 비교적 최근에 새 기기가 출시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름은 바로 오닉스 북스 리프(Onyx Boox Leaf).

솔직히 처음엔 관심 없었다. 그랑데에 만족하고 있기도 했고 가격이 내게 있어 과한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주문을 마친 상태였고... 벌써 실사용 2주를 넘기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오닉스 북스 리프

 

이미 리프 자체의 스펙 후기는 정성스레 작성한 분들이 많으므로,
이 글에선 그랑데와 리프의 차이점에 중점을 맞춰 리뷰해보고자 한다.

 


 

 

1. 기기의 크기, 무게

화면은 리프가 아주아주 약간 크고, 본체는 그랑데가 약간 더 길다.
곂쳐본 것.
케이스 입힌 것.

기기 무게 차이가 좀 난다. 수치상 무게는 리프는 170g, 그랑데는 219g. 여기에 그랑데 케이스 100g, 리프 케이스 100g을 추가한 게 실 사용 시 느끼는 무게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랑데를 사용할 땐 리모컨 없이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던 터라 기기를 항상 양손으로 들어야 했다. 근데 리프 버튼 케이스는 한 손으로도 페이지 넘김이 자유로워서 계속 한 손으로 들게 되는데, 무게가 270g 정도 되니까 오래 들고 있으면 손목에 좀 무리가 왔다. 물리키를 얻고 손목 건강을... 물론 양손으로 들면 해결되는 문제긴 하다.

 

 

2. 화면

좌 리프 (색 보정X) / 우 그랑데. 둘다 빛반사 방지 필름 붙인 상태

리프 화면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상은 새하얀 신문지였다. 화질이 인쇄처럼 선명하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회색 입자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그랑데는 좀더 A4 같은 느낌이다. 액정이 전체적으로 새하얗다. 대신 (리프에 비해) 글자가 미세하게 연하게 보인다.

수치로 따지면 리프는 300ppi, 그랑데는 265ppi라고 한다. 책 읽을 때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좌 리프 / 우 그랑데

색온도를 최대로 낮게 했을 때 최대 광량, 색온도를 최대로 따뜻하게 했을 때 최대 광량 비교.

리프는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 밝기가 나눠져 있어서 둘 다 켜면 약간 더 밝아지는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일 수도 있다)

 

 

3. 물리키 케이스

다른 제품을 놔두고 리프에 홀린 제일 큰 이유였다. 물리키가 본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케이스에 있어 탈착이 가능하다는 점!

기대했던 물리키 키감은 취향에 맞았다. '딸깍 딸깍'하는 느낌. 근데 조용한 교실 같은 데서 사용하기엔 소리가 좀 커서 약간 신경 쓰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겠다.

 

 

4. 배터리, 반응 속도

리프 : 14일동안 20시간 사용하고 17퍼센트 남았다.

사실 내 경우엔 그랑데 배터리가 정말 안 닳는 편이었다. 체감상 온종일 같이 지내도 몇 주는 쓸 수 있을 정도. 특히 대기 모드에서 더 그랬는데, 이번에 리프를 들이면서 2주 동안 대기 모드로 두고 확인했더니 배터리가 75% 남아있었다. 일주일에 10% 정도만 사용하는 거다.

반면 리프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북이니까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안 닳긴 하는데 그랑데랑 비교해봤을 때 덜 닳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달까... 원래 이북이 처음 몇 번은 배터리를 완충해도 효율이 다 안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몇 번 더 충전해봐야 알 것 같다.

 

화면 반응 속도도 배터리랑 비슷하다. 리프가 확실히 빠릿빠릿한 느낌은 있는데 막상 그랑데를 옆에 두고 비교해보면 아주 빠른 것도 아닌 정도. 굳이 따지면 리프가 그랑데보다 더 큰 이미지, 책을 빨리 읽어오긴 한다. 특히 밀리에서 책을 닫았다 열었다 할 때 가장 크게 체감된다.

물론 이건 리프 화면 리프래시를 기본값으로 뒀을 때 얘기고, 설정을 건드리면 반응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다음 꼭지에서 추가로 설명한다.

 

 

5. 오닉스에서만 가능한 설정

그랑데는 전원 버튼 외에 다른 버튼(홈 버튼)을 하나 둠으로써, 그 버튼을 한 번 누르거나 길게 누르는 걸 통해 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리프엔 버튼이라곤 전원 버튼밖에 없다. 그래서 어떡하느냐? 바로 제스쳐 기능을 사용한다. 정말 이걸 하나하나 설정하는데... 와... 진짜 이건 혁신이다... 싶었다.

단순히 화면의 특정 부위를 쓸어내리는 것도 제스쳐 지정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도 네비게이션 볼을 사용할 수도 있다. 네비게이션 볼은 화면 원하는 위치에 붙여둘 수 있는데, 이걸 누르면 버튼이 떠서 바로 호출해 사용할 수 있다.(2번째 이미지 최상단이 네비게이션 볼을 눌렀을 때 뜨는 아이콘들이다.) 심지어 버튼 케이스의 버튼을 길게 눌렀을 때도 기능을 넣어줄 수 있다. 전원 외 추가 버튼을 없애는 대신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기본 리프 기기 화면 설정(E-Ink Center) / 앱 내 화면 최적화 설정

리프에선 기본적으로 어두운 / 밝은 색 향상과 함께 새로고침 모드 변경이 가능하다.

어두운 / 밝은 색 향상은 말 그대로의 기능이다. 이북을 커스텀하다 보면 특정 폰트의 두께가 아쉽다거나, 사진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생기는 불편함 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걸 설정을 통해 보완해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나)

또 새로고침 모드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랑데에선 단순 페이지를 띄워주고 알아서 새로고침하는 기능밖에 없었는데, 리프는 보고 싶은 콘텐츠에 따라 새로고침 속도를 얼마나 빨리 할지를 정해줄 수 있다. 물론 속도를 빠르게 할수록 화질이 안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 외에도 앱 별 최적화 설정이 있다. 사실 다른 건 수치를 바꿔도 체감이 안 되는데, 여기서 새로고침 속도를 앱별로 지정해줄 수 있으니 꼭 참고하자.

 

그 외의 화면 보호기도 많은 설정을 할 수 있다. 이미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심지어 복수의 이미지 랜덤 선택도 가능하다), 투명한 화면 보호기, 사진엔 없지만 달력이나 시간도 표시할 수 있다. 전원을 껐을 때 보여주는 이미지 역시도 설정해줄 수 있다. 그랑데에선 단순히 이미지만 띄워주는 기능만 있어서 아쉬웠던 기능들이 여기 다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투명한 화면 보호기' 설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앱이 있다. 언젠가 버그 픽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기본 UI / 전원 설정

기본 홈 화면으로 갔을 때 UI는 이런 식으로 표시된다. 하단 아이콘을 차례로 나열하자면 책장 / 서점 / 파일 / 앱 / 설정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기본 스마트폰/태블릿 유저에게 친화적인 UI다.

그랑데는 홈 화면이란 게 없는 데다 현재 실행 중인 앱이 뭐가 있는지 보여주는 기능도 없어서 기기가 느려지면 무조건 껐다가 켜야 했다. 하지만 리프는 앱을 강제로 종료시키거나 캐시만 삭제하는 기능이 따로 존재한다. 전자책을 보다 보면 정말 뜬금없이 앱이 멈출 때가 있는데 이것도 참 좋은 기능.

 

 

6. 플레이스토어, 안드로이드 버전

그랑데와 달리 리프는 Android 10이고, 플레이스토어기본 지원한다. 정말 큰 매리트가 아닐 수 없다. 소형이고, 전자잉크를 사용할 뿐이지 사실상 태블릿과 동일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엥? 태블릿이면 플레이스토어 다 되는 거 아냐? 싶을 수도 있다. 그럼 이즘에서 잠깐 이북 리더기의 앱 설치 방식 종류를 톺아보자.


  • 전용기 : 추가 앱 설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특정 출판사의 앱만 설치되어 있으며, 보통 기기 자체를 해당 출판사에서 출시한다. 리디 페이퍼 등이 해당. 루팅(탈옥)해서 다른 앱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루팅 시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앱도 많다.
  • 범용기 - 열린 서재 방식 : 안드로이드 버전이 낮아 플레이스토어 실행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기기를 타 기기(핸드폰, 컴퓨터)에 연결해 apk를 다운받고, 그걸 설치해서 사용한다. 크레마 시리즈, 교보 샘 등이 해당. apk는 직접 구해야 한다.
  • 범용기 - 앱스토어 방식 : 평범한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고(혹은 기본으로 설치되어있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그랑데는 Android 4.4의 열린 서재 방식이었다. apk를 직접 찾는 것도 일인데, 그걸 설치했더니 앱 실행 자체가 안 되질 않나, 안드로이드 버전을 지원 안 하질 않나, 알고 보니 내가 찾던 앱이 이게 아니었질 않나, 일단 실행은 됐는데 특정 기능이 안 되질 않나... 그 와중에 앱 표시 개수 제한도 있어서 추가로 설치된 앱은 5개까지 밖에 보여주질 않았다. 물론 이런 초기 설정을 거친 뒤엔 따로 신경 써야 할 건 없지만, 그걸 다 테스트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날린 건 분명하다.

 

그래서 리프는 최신 앱도 설치 가능하고 앱 스토어도 되는 좋은 기기지만... 이게 100% 편리한 건 아니었다. 중국 개발사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리프에서 플레이스토어를 사용하기 위해선 몇 가지 기본 세팅이 필요하긴 했다.

내 경우 처음엔 판매사인 이노스페이스원의 글을 참고했는데, 뭘 해도 안되길래 검색해보니 판매사의 글에선 빼놓은 추가 설정이 필요했다. (정확히는, GSF 관련 부분이 이미지로만 설명되어있다. 이 부분을 주의할 것.)

최종적으론 이 글을 참고했다.

 

[오닉스 포크3] 꼭 해야하는 초기 설정 방법

안녕하세요. 예전부터 전자책 리더기를 가지고 싶어서 벼루고 벼루다가 드디어 "오닉스 포크3"를 구매하였습니다. 사실 개봉기를 먼저 작성했어야하는데, 너무 좋아서 개봉기 사진을 찍지도 않

joonyon.tistory.com

 

처음엔 안 돼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천천히 따라 해 보면 복잡한 설정은 아니다.

세팅 후엔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 키보드

기본으로 한글 키보드가 되는 한국 기기 그랑데에 비해 리프는 한글 키보드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 키보드 앱을 설치해줘야 하는데, 다른 글에서 자주 나오는 gboard는 최근 잘 작동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대신 네이버 키보드를 추천한다.

 

 

7. 마이크/스피커

여러가지 기타 앱들

솔직히 마이크가 왜 이북리더기에 필요한지 모르겠는데, 일단 그랑데와 비교해 있는 기능이긴 하므로 넣어둔다.

마이크, 스피커 기능이 있다. 그래서 기본 앱 중에 녹음기도 있다. 물론 음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들을 정도는 아니다. 쓰려고 하면 쓸 수는 있을 수준.

다만 거슬리는 점이, 모노 스피커라 화면 하단 스피커 구멍 2개 중 왼쪽에서만 소리가 난다. 즉 오른쪽은 보여주기용으로 뚫어두기만 한 것.

이럴 거면 오른쪽 스피커 자리에 SD 카드 슬롯 좀 만들어주지...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8. 유일한 단점 : SD 카드 슬롯 없음

앞서 언급이 있었지만 리프는 그랑데와 달리 SD 카드 슬롯이 없다. 즉 기기 내 36기가가 최대라는 것. 그마저도 기본 앱만 설치하고 나면 21기가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이 정도만 해도 이북만 읽기엔 차고 넘친다. 나는 그랑데를 쓸 때도 기본 용량 8기가조차 한 번도 넘어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만화 한 편이 10메가가 넘는 고화질 세상에서 이걸로 많은 양의 만화를 읽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긴 하다. 이북 카페에서 들은 얘기론, 그래서 네이버 클라우드 등의 앱을 설치해 활용한다고 한다. 플레이 스토어를 기본 지원하기에 가능한 활용법이다 싶었다.

 


 

마치며

어쩌다 보니 그랑데에 비교해 리프를 찬양하는 글이 됐는데, 그랑데도 좋은 기기고 리프도 좋은 기기다. 근데 리프가 훨씬 더 좋았을 뿐... ^^; 괜히 현존 최고의 이북리더기 소리를 듣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펜 기능이 있거나, 모니터처럼 큰 리더기도 구입해보고 싶다.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