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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배경에 있으니 더 잘 보이는 자태

 

예전에 쓰던 건 ABKO HACKER K840 갈축 키보드. 확실히 가성비는 좋으나 하루종일 타이핑만하면 손가락이 다음날까지 얼얼해서 다른 더 좋은 키보드가 없을까 찾던 중에... (근데 하루종일 타이핑만하면 당연히 손가락이 아플 수밖에 없지 않나?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대학 대면 개강 시즌을 맞아 자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무엇으로 과소비의 장을 열어볼까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게 한성컴퓨터 GK898B 키보드.

 

상품 설명에서 캡쳐.

 

블루투스 5.0을 겸비한 유무선 겸용, 무접점 키보드, 자갈자갈한 타감, 우측 상단 볼륨 업다운 버튼을 제외하고 이전 해커 키보드와 같은 키 구성 및 키 형태, 그리고 레트로 빈티지 세련됨 잘생김 섹시함을 겸비한 비주얼에 홀려서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결제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싼 가격은 아니었음에도 사실상 고민이란 걸 하지 않고 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래서 자취 생활이 무섭다.

 

 

 

배송

 

아무튼 배송 기간은 무난무난. 10월 29일(목) 오후 늦게 주문해서 10월 31일(토) 오전에 받았다.
기한 있는 1000원 쿠폰을 굳이 굳이 쓰겠다고 당장은 필요 없는 무선 마우스도 같이 샀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택배 상태는 제 값어치를 했다. 뽁뽁이랑 비닐봉투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있었다. 이런 포장 상태에서 키보드를 부수려면 코끼리가 밟고 지나가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대망의 제품 후기.
장단점을 나누어 말해보겠다.

 

 

장점

1. 비주얼

일단 굉장히 잘생겼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는 부분에서 일단 이 제품은 제 값어치를 해낸다. 

내가 산 건 영어만 박혀있는 키캡인데, 한/영 둘 다 박혀있는 키캡 버전도 있긴 하다. 당시엔 품절이라 선택할 수도 없었지만... 근데 어차피 한글 타판은 다 외워서 필요도 없으니 상관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게 더 예뻐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2. 디자인

 

이건 디자인적으로 감동한 부분인데, 불 들어오는 부분을 약간 키 사이사이에 배치해둔 것.

처음에 이미지로 봤을 땐 저걸 왜 저렇게 배치해뒀지 싶었는데 이건 직접 사용해봐야 안다. 딱 키보드를 중앙에 놓고 정자세로 타자를 치면 불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 사용자의 시야에 딱 들어오는 각도. 여러모로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단축키 구성도 측면에 박아놔서 굉장히 직관적이고, 설명서에 설명도 잘 되어 있다.

근데 Window 키 잠그는 거나 Win/Mac 전환 키는 둘째치고 Ctrl이랑 Caps키 바꾸는 구성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작동이 잘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쓰는 사람이 있으니 있는 거겠지 싶다.

 

 

 

3. 블루투스 

블루투스 연결 상태도 굉장히 좋다.

물론 블루투스 동글이 싸구려라 그런지 내 데스크탑 컴퓨터에선 영 시원찮은 속도가 나오긴 했지만, 나머지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에 연결했을 땐 굉장히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당연히 무선 특성상 유선만큼 딜레이가 아예 없다곤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작업할 때 분노가 치미는 수준은 아니다. 예전에 이x트 19000원짜리 모 블루투스 키보드를 쓸 땐 얼마나 답답했는지... 이 제품은 그 키보드가 만들어둔 내 안의 '블루투스 키보드는 답답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95% 깨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머지 5%는 이후 있을 블루투스 6.0을 위해 남겨 두겠다.)

 

 

 

4. 타감

드디어 프리미어 연습을 할 제물 영상이 생겼다

그리고 타감.

좋다. 굉장히 좋다. 설명보다는 영상이 더 적합할 듯해 영상으로 찍어 봤다.

사실 구름 타법을 못 쳐서 타감이 거의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눌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난다. 오히려 언니가 쓰던 기계식 적축 키보드가 훨씬 더 구름 건드리는 느낌. 

굳이 전반적인 타감과 타자 소리에 관해 비유하자면, 무소음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소리의 확장판 같다. 타감이 느껴지지만 기계식처럼 착착거리진 않고, 소리가 나지만 최대한 줄였다는 느낌. 몽글몽글? 그 정도가 딱 적당한 듯.

키캡의 높낮이도 딱 좋아서 전에 해커 키보드를 쓸 때보다 훨씬 더 오타율이 줄었다. 촉감도 손에 착착 감기는 부드러운 느낌.

 

기본 기능 중에 키 입력 감도 조절? 같은 것도 있는데 내가 둔감해서 그런가 이건 바꿔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5. 키보드로써

난 이 키보드를 유선으로는 데탑에 연결하고, 무선으로는 핸드폰, 아주 가끔 노트북에도 사용한다. 물론 내가 자주 무선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예전 키보드는 게임용, 이번 키보드는 사무용... 이렇게 쓰려 그랬으나 내 성질이 급해서 쉽지가 않다. 그냥 게임용이든 작업/학업용이든 둘다 이 키보드로 쓰는 편. 게임만을 위해서 사기엔 타자 소리가 썩 경쾌하진 않으나, 둘 다 겸용으로 쓰는 건 나쁘지 않다.

 

장점으로 따로 적진 않았지만 키보드로서의 성능은 당연히 다 잘 해낸다. 무한동시 입력도 잘 된다.
개인적으론 예전 해커 키보드와 달리 따로 있는 볼륨업다운 버튼에 감동.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많이 쓰진 않지만 점점 더 친해질 예정이다.

 

 

 


 

 

 

단점

그렇다 해서 단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1. 무거움?

원래 블루투스 겸용이다 보니 무겁다... 는 말을 쓰려 그랬는데, 막상 예전에 쓰던 해커 키보드를 들어보니 얘나 걔나 비슷한 무게라서 뺐다. (근데 해커 키보드는 왜 이리 무거운거지? 기계식이라 그런가?)

키보드를 많이 바꿔보지 않아서 할 말이 많진 않지만 딱... 키보드만 한 무게인 것 같다. 들고다니라 하면 들고다닐 순 있는데, 그걸 결심하기까진 많은 고민을 거쳐야만 하는... 정말 그 정도의 무게.

 

 

 

2. 줄 빼기가 힘듦

깊이가 너무 얕은데 줄을 빼는 방향이 막혀있다...

 

이건 좀 중요하다. 충전 케이블을 분리하는 것이 힘들다!

블루투스 특성상 무선으로 쓰더라도 언젠간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을 해줘야 한다. 물론 충전은 잘 된다. 여기까진 괜찮다. 근데 충전이 끝난 후 케이블을 뽑는 게 너무 힘들다!

 

내 경우엔 전자제품을 더 길게 쓰기 위해서 무조건 케이블의 머리를 잡고 뽑는 편이다. 핸드폰 충전 선도 머리를 잡고 뽑고, USB도 웬만하면 머리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란 말이다. 근데 이 키보드에선 꽂혀있는 케이블의 머리를 잡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튼튼한 제품이라 제품과 충전선 사이 연결도 딴딴해서 그게 선 뽑을 때 배로 힘을 들게 만든다. 이게 말이 되는가!

케이블 자체도, 제품 자체도 굉장히 튼튼해서 당장은 괜찮겠지만, 자주 선만 잡고 뽑았다 꽂았다를 반복하기엔 좀 무서운 감이 있다.

 

 

 

3. 오른쪽 불 들어오는 게 뭐가 뭐였는지 기억하기가 어렵다...

이건 좀 개인적인 사항이다.

예전에 사용하던 키보드는 불이 들어오는 곳에 설명이 적혀 있었다. 예컨대 이건 CapsLock이고 이건 NumLock이고... 같은 식으로 작게 표기가 되어 있는 식으로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키보드가 다 그럴 것이다. 근데 이 키보드엔 그게 없다.

물론 내가 캡스나 넘 버튼을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약간 불편하다면 불편한 정도.

 

 

 

4. 그 외의 단점?

이랄 건 더 없는 것 같다. 일단 기본 기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이 이상의 불만은 없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타감이 "무선 마우스의 확장판" 느낌이라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가릴지도 모르겠다. 역시 키보드는 직접 쳐보고 사야 하는게... 맞지만! 이미 산 거 어쩌겠는가. 그냥 오래오래 잘 써보려 한다.

 

 

 

쓰다보니 참 긴 글이 됐다. 블로그 글 채우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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